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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H. 멜빌 지음

정광섭 옮김

흥신 문화사

 

서점에서 살펴보면 유아들이 읽는 모비딕과 일반 완역본인 모비딕이 있는데 앞서

말씀드리자면 어린아이가 읽기에는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한 내용이기에

아이들에겐 동화로 나온 모비딕을 읽게 할 것을 추천드립니다.(물론 아이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지루해할 것 같아서요.)

 

이 책의 특징이라 함은 머리말 대신 작가가 인용한 문헌 글이 앞서 나오는데 성경구절부터 유명한 작가의 작품 구절까지

다양하게 나와있었습니다. 물고기, 바다, 그것을 본 주인공의 감상 등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인데 그것 외에는 별다른 통일성은 없어 보이지만 작가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영화인

하트 오브 더 씨와 수많은 백경 영화도 모두 이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들이기에 모든 작품들의 시초인

이 책을 읽지 않고서 그 많은 영화들을 보고 이해했다고 하긴 어려울 테지요. 원작 소설을 뛰어넘는 영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허먼 멜빌은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인 이스마일과 에이허브 선장만큼이나 실제로 파란만장한 모험을 해온 사람인데

청년인 시절 포경선을 타다가 식인종들이 살고 있는 섬에 표류하게 되는데 거기서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ㄷㄷ;

작중에도 식인종 출신의(?) 작살잡이 문신남이 나오는데 자신이 본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ㄷㄷ

 

초반부는 이스마일이 생업을 위해서 자신이 몸담을 포경선을 찾아다니는데

그중 가장 낡고 허름하고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그래서 관록이 있어 보이는 배를 선택하고

해변가에서 사귄 작살잡이 친구와 함께 고래잡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바다를 어머니와 같은 부드럽고 인자한 존재로 은유적 표현을 했다면

백경에서는 바다와 자연을 투쟁해서 싸워야 할 적수로 비유했고 이를 상징하듯 에이허브의

광기는 소문의 흰색 향유고래인 모비딕에 가까워질수록 그 존재와 맞붙을 생각에 투지를 불태웁니다.

에이허브는 젊었을 적 그 흰 고래에게 다리를 먹혔고 목발과 자신의 소유인 배를 세상을 향하기 위한

자신의 다리로 삼고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리를 잃은 직후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만한

광기를 최초로 보여주는 듯하는데 바다가 거칠어질수록, 고래가 눈앞에서 멀어질수록 그 광기(열정이라 해도 될 것 같지만)는 점점 커집니다.

 

작가는 그야말로 포경업의 실체와 바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듯이 고래를 잡는 과정이나 그를 위한 탐사과정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서술해 놓았으며 마치 항해일기처럼 소 주제로 항해의 머리말을 붙여놓은 글의 구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항해 도중 만나는 유럽의 배들 또한 흥미로웠고 보통 선원 외의 타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에이허브를 보며

후반부 그들의 항해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촉구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보통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고래를 잡는 에이허브가 나오는데 단지 극적인 연출을 위한 것일 뿐 실제로 날씨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되는 것 같진 않으며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과 판단에 대한 묘사가 생동감 있게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인데요.

 

미국 문학 소설에 많은 영향을 준 허먼 멜빌의 이 작품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생동감과 거대한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투지, 열정,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줄 것이며 차분하고 쾌청한 배와 고래와 싸우는 배를 보며

마치 함께 모든 것에 맞붙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책이 매우 두껍기 때문에 자주 나누어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생명이여, 이런 때야말로 영혼이 박살 나고 미개한 무리들이 정신없이 먹을 것을 탐내듯 지혜에 매달릴 때,

그대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공포의 맛이 절감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그 공포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만 안에 남은 따뜻한 감정의 부서진 조각으로

싸우리라. 성스러운 모든 힘이여, 옆에 지켜 서서 나를 붙잡고 받쳐 주십시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입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워낙에 유명한 책인지라 서점이나 도서관 어디에나

있는 명작 문학입니다. 내용이 길기 때문에 요약본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완역본으로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이건 사적인 생각인데... 잡히는 고래가 불쌍했어요ㅠㅠ(동물 애호가인 저로선..) 포경업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고래를 잡아야만 생활을 할 수 있던 어부들이 많았으니까 시대 배경상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슬펐던 것 같습니다....ㅠ

모비딕은... 그런 인간을 향한 고래들의 분노와 복수를 상징하는 생명이 아닐까 싶네요.

재미있으니까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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